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가끔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생각들이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표현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왔다.
난해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이런 후기를 보고 사실 속으로 좋아했다. 80세가 넘은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난해해서 오랫동안 곱씹고 싶었다.
영화는 예상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생각들이 주렁주렁 얽혀있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봇물이 터지듯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보고 난 후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들이 뒤섞여 일렁였다. 예전이었다면 내용이 정리가 안 되어있다고 불만을 토해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80대의 거장조차 자신의 감정 실타래를 풀지 못 한채 살아간다는 사실에
영화를 보면서 자신에 대한 모순성과 혐오, 타인을 향한 혐오가 뒤엉켜있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가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지레짐작하고 쉽게 속단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일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맹목적인 이해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오랜만에 은성 언니를 만났다.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내가 가끔 너무 비관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라고 했다. 언니는 “근데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엄청 노력하잖아. 그건 삶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는 거야. 없으면 그렇게 못 해”라고 말해주었다. 이 말이 엄청 위로가 됐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
+) ost 너무 좋다! 역쉬 요네즈 켄시
https://www.youtube.com/watch?v=Pjd3tTo0QH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