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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지킬 앤 하이드

Green Lawn 2025. 4. 12. 21:01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왔다. 너무 재밌어서 집에 오는 길에서부터 영상을 찾아보고 음악을 들었다. 
인간의 내면을 선과 악이라는 두 인격으로 분리하고 이를 통제한다는 설정은 인간을 꿰뚫는 이야기 같다.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 탁월한 친화력과 협력적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큰 문명을 이룬 우리 종은 동시에 엄청난 잔인성을 지니고 있다.
내가 속한 집단에 위험이 되는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손쉽게 비인간화하고 잔혹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준다.
 
지킬은 자신의 일부분인 악한 자아(하이드)를 인정하지 못한다. The Confrontation의 가사에서도 드러나듯 악행을 일삼는 하이드와 끊임없이 충돌하고 절망한다.

하이드   난 살아 영원히 네 안에
지킬    아니야
하이드   저 사탄의 이름으로
지킬    아니야
하이드   알아 명백히 난 알아. 그 어떤 이유라도 공존은 불가능해
지킬    이제 가자. 떠나자 미련 없이
하이드   너나 가 너만 가
지킬    알잖아 우리는
하이드   나는 못가 너만 가
지킬    알잖아 우리는
하이드   나는 너 너는 나
지킬    난 아니야
하이드   내가 너 너는 나
지킬    제기랄 하이드! 모든 악덕을 가지고 지옥에서 썩어 문드러져라
하이드   그럼 지옥에서 만날까 지킬!

뮤지컬에서 동일한 한 사람이 절규하며 다른 목소리로 두 자아를 노래하는 모습이 기괴하면서도 섬뜩했다.
 
내용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악한 나'와 '선한 나'를 분리해서 통제한다니, 도대체 어디까지가 나의 악한 면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선한 면인가? 악어의 알은 부화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의 자아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1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다르다고 말한다면 너무 책임감이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서브스턴스'가 생각났다. 자신에게서 떼어낸 자아를 자신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혹은 오만함.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고 의심하고, 겸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 또 보고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QqzLNB5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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