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and resilient

생각

6월의 조각

Green Lawn 2025. 6. 14. 12:59

 
#조각 1
감정이 촉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점자를 더듬듯 오돌토돌한 돌기들을 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활자의 표면을 한 겹 벗겨내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증폭된다.
 
나는 왜 덤덤하게 우울한 책을 좋아하는지 생각했다.
감정적이지만 감정적이지 않으려는, 무너질 것 같지만 무너지지는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오는 위로가 있다. 의도적으로 고통 속에 머문다.
실수하고, 외면하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나아간다. 그리고 이를 반복한다. 
이 세계에서 진실되게 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항하며 끝끝내 지키려는, 연약하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질기고 강인한 존재들을 사랑한다. 
 
 
#조각 2
요 근래 운동 루틴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요가 수업에 몇 번 다녀왔다.
작년 휴양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요가 클래스를 들었는데 나에게 꽤 잘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정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명상 하는 시간도 마음에 들더이다.
명상을 잘 하는 방법은 모르겠다. 몇 개월 동안 아침저녁 루틴에 넣었다가, 뺐다가 계속 반복. 

나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하나하나 잡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태생이 그렇게 태어난 것인지, 뭔지 알 수 없지만 가끔은 어지러운 이 상태를 즐기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인가 싶다. (근데 또 금방 다 까먹고 단순해진다. 요상하다.)
언니 왈, 명상은 떠오르는 생각을 막는 게 아니라 떠올라도 흘려 보내는 거라고 했다. 
예전에 나는 모든 문제는 정답이 있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흘려보내도 될 모래들을 물을 뭍혀가며 형태를 유지했다.
동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씁쓸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일들은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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