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ile and resilient

생각 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보는 책이 있다. 아무 생각 없는 지하철에서,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 그냥 그저 그런 어느 날.특별한 순간에 생각나는 책은 아니고 그냥 주기적으로 펼치게 되는 책이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를 가장 강하게 휘감는 생각은 '나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충격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행동하고 있었는가?' 이다.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일.누군가는 큰 충격을 받고 무너질 것이고, 누군가는 이 일을 잊기 위해 더 바쁘게 살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겠지.사람마다 대처는 다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온다는 것이다. 나는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이었나?  이 책의 가장 훌륭..

생각 2024.02.12

어느 날의 일기들

2024. 2. 10 어렸을 적 내가 기억하는 이모는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학구열이 강한 사람이었다. 방에는 항상 수많은 책들이 즐비했고, 몇 개의 책들에는 북클립이 꽂혀있었다. 이모와 할머니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자주 갔었다. 이모는 어디를 갈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나갔다. 나는 이모와 함께 나가는 모든 곳을 좋아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어서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모는 도서관 긴 책상에 앉아서 오랜 시간 공부했다. 나는 그 근처에 영상을 볼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공간에서 혼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봤다. 그때 그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던 순간들이 이따금씩 생각난다. 내 몸보다 지나치게 크던 책상과 의자.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길목인 푸른 들판에 서있던 치히로의 모습과 햇살이..

생각 2024.02.11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가끔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생각들이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표현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하야오 감독의 를 보고 왔다. 난해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이런 후기를 보고 사실 속으로 좋아했다. 80세가 넘은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의 작품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정말 난해해서 오랫동안 곱씹고 싶었다. 영화는 예상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생각들이 주렁주렁 얽혀있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봇물이 터지듯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보고 난 후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들이 뒤섞여 일렁였다. 예전이었다면 난해하고 정리가 안 되어있다고..

생각 2024.02.11

Think Day

빌 게이츠는 90년대부터 일 년에 한 번 생각하는 주간을 보내왔다고 한다. 온갖 종류의 책을 가지고 방 한 칸 크기의 오두막집에 들어가 일주일 동안 혼자 생각만 하는 주를 보내는 것이다. 거대한 기업의 오너가 일주일 동안 혼자 오두막에서 생각만 하는 주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었고, 동시에 이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오빠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정기적으로 공장의 기계들을 멈추고 정비에 들어간다. 아마 대부분의 산업에 이런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기계의 다른 점이 있다면 기계는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 시간이 아까워 미루면 수십억의 기계들이 망가지게 될 것이고, 일주일을 멈추는 것이 부담돼서 지나치다 보면 몇..

생각 2022.04.30

처음부터 잘 하고 싶어!

어릴 적부터 동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사실 모든 종류의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여담으로 어릴 때 나는 박물학자가 되고 싶었다. 거대한 크기의 동물, 곤충 백과사전이 여러 갈래로 찢어질 때까지 읽었다. 부모님께서 관련된 책을 많이 사주셨었고, 자연사박물관과 체험관도 많이 데리고 가주셨다.나와 오빠는 어릴 때 성향도 관심사도 비슷했는데, 나는 관찰을 좋아했다면 오빠는 분석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오빠의 초등학교 장래희망은 항상 과학자였다.우리는 부모님을 졸라 망원경을 사서 같이 별을 관찰하기도 하고, 현미경을 사서 밖에서 잡아 온 온갖 곤충과 식물을 관찰했었다. 어느 날은 개미 굴을 만들어서 개미들의 하루를 함께 관찰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집에서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불 피우는 실험(?)을 하다가 혼..

생각 202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