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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Green Lawn 2024. 2. 11. 20:42

가끔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생각들이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표현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왔다.
난해하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이런 후기를 보고 사실 속으로 좋아했다. 80세가 넘은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킬링타임용의 작품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정말 난해해서 오랫동안 곱씹고 싶었다.

영화는 예상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많은 생각들이 주렁주렁 얽혀있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봇물이 터지듯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보고 난 후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들이 뒤섞여 일렁였다. 예전이었다면 난해하고 정리가 안 되어있다고 불만을 토해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 안도감을 느꼈다. 80대의 거장조차 불안정하게 살아가고 감정의 실타래를 풀지 못 한채 살아간다는 사실에

영화를 보면서 감독 자신의 모순성에 대한 혐오와 타인에 대한 혐오가 뒤엉켜있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가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지레짐작하고 쉽게 속단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일은 양면성이 존재한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맹목적인 이해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오랜만에 친한 언니를 만났다.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나는 내가 가끔 비관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라고 했다. 언니가 '근데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엄청 노력하잖아. 그건 삶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는 거야. 없으면 그렇게 못 해'라고 말해주었다. 이 말이 위로가 됐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
 
+) ost 너무 좋다! 역쉬 요네즈 켄시
https://www.youtube.com/watch?v=Pjd3tTo0Q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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