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90년대부터 일 년에 한 번 생각하는 주간을 보내왔다고 한다.
온갖 종류의 책을 가지고 방 한 칸 크기의 오두막집에 들어가 일주일 동안 혼자 생각만 하는 주를 보내는 것이다.
거대한 기업의 오너가 일주일 동안 혼자 오두막에서 생각만 하는 주가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었고, 동시에 이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와 오빠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정기적으로 공장의 기계들을 멈추고 정비에 들어간다. 아마 대부분의 산업에 이런 기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기계의 다른 점이 있다면 기계는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 시간이 아까워 미루면 수십억의 기계들이 망가지게 될 것이고, 일주일을 멈추는 것이 부담돼서 지나치다 보면 몇 주를 멈출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정비 기간을 갖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이런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기 어려운 것 같다. 사람마다 버틸 수 있는 한계가 너무 다르고,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고 어렵다.
골똘히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의 의사결정은 기계의 처리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계는 사람이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그러니까 인간 의사결정과 행동을 반복하도록 우리가 설계한 것이다.
사람은 매 순간 상황이 다르고 결정해야 하는 주제들이 바뀐다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사람도 매순간이 의사결정과 행동의 반복이다.
이슈 발생 ➔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 ➔ 택한 방법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인가?
사람도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정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으려면,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면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고려하고 있는지, 이 결정으로 내가 상실하는 것은 무엇이며 얻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가득이다. 여기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비 기간의 정의는 다를 수 있는데, 나는 치열하게 고민하는 날들을 말하고 싶다.
최근 고민되는 일이 있어서 나름대로 생각하는 날을 정해서 보냈다. 온종일 계속 생각했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자. 이게 좋은 선택인지는 지금 시점에 알 수 없어. 그리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라고 얼버무리게 되면, 꽤 중요한 고민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흘려보내게 될 것 같아서 이것이 습관이 될 것 같아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결국 모든 일은 내가 받아들이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되 동시에 낙관적이고 긍정적이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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